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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뱃-그와'그' 3

2015. 10. 14. 00:10 from

'트랩트 인 타임'과 '저스티스 리그 워' 를 섞은 망상 숲뱃물.

나도모르게 세계관 붕.괴!

장편은 싫은데 내용이 빨리 끝날 기미가 안보이네?아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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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그회의가 있은 뒤,

배트맨은 언제 시간을 되돌리려 했냐는 듯 현재의 시간에 최선을 다했고 리그의 두뇌 역할을 충실히 이행했다.

다만 조금 달라진게 있다면 이전까지 슈퍼맨을 바라보던 눈이나 말투, 작게 내비치던 감정들이 사라졌다는 것이었다.

배트맨은 슈퍼맨을 리그의 동료로서 철저히 대했고, 슈퍼맨 역시 그의 변화를 즐겁게 받아들였었다.

처음에는 말이다.



"허전한걸까.......? 아니, 아니지. 그럴리 없어. 허전하다는건 전혀 맞지 않지"

"배고파요? 클락"

턱을괴고 중얼거리던 클락이 갑작스런 지미의 등장에 고개를 번쩍 들었다.

"응? 뭐라고 지미?"

흘러내려간 안경을 추켜올리는 클락을 재미있다는듯 보던 지미가 출입구를 가르켰다.

"밥먹으러 갈래요? 허전하다면서요"

"응? 아니, 난 어...음"


결국 등을 떠밀려 데일리플래닛 앞의 카페에서 가벼운 식사를 하게 된 클락이 샌드위치를 입에 물었다.

배트맨이 자신을 과거와 연결지어 생각하지 않고 리그일에 충실해 준다는것은 매우 만족스러운 일이었다.

하지만 서로를 연결해주던 무언가가 끊어져버린듯 찜찜하고 허전했다.

"아니, 아니지. 허전하다는건 전혀 말이 맞지 않다니까"

"뭐예요 클락. 아직 배고파요?"

무심코 중얼거린 말에 지미가 믿을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니, 이건...."

"대단하네요. 제 여자친구도 먹으면서 쉴새없이 배고프다고 한다니까요? 도대체 어디로 그 많은게 다 들어가는지..."

감자스틱을 입에 넣던 지미가 손에 샌드위치를 든채 물끄러미 바리보고 있는 클락을 눈치채고 머쓱하게 웃음지었다.

"하하, 클락에게 한 말은 아니었어요"

"지미"

진지하게 입을 떼오는 클락의 모습에 짐짓 겁을 먹은 지미가 두손을 들었다.

"아뇨, 제 여자친구 얘기였.."

"뭔가 텅 빈것같고 아쉬운것....같은건 왜그러는 걸까"

".....더 시켜드릴까요"

웨이터를 부르려는 지미의 손을 잡아 내린 클락이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계속 신경쓰고, 틈만나면 지켜봐와서 날 짜증나게 만들던 사람이 있었는데, 어느순간부터 관심을 끊고 필요한 말만 걸어오는거야. 난 그게 정말 좋단말이지? 근데 뭔가를 잃어버린 것 같은 기분이 든단말이야"

"아 그게 허전하다는 거였어요?"

지미의 말에 클락이 입을 삐죽였다.

"허전하게 아니라구"

"싫든 좋든 나에게 주던 관심이 사라져서 허전한거잖아요. 클락도 그 관심이 그렇게까지 싫진 않았나보네요. 뭐, 여자친구 얘기예요? 싸운거예요?"

지미의 말에 무심코 클락의 미간이 구겨졌다.

"여자친구 얘기 아니야"

"그래요? 난 또, 저번에 말한 여자친구 얘기인줄 알고"

아메리카노가 바닥을 들어낼때까지 빨대로 빨아대던 지미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클락은 좋겠어요. 미모의 여자친구도 있고. 도대체 어떻게 만난거래요? 이해할 수가 없...아니, 부럽다구요"

클락의 시선에 지미가 입을 다물며 괜히 얼음을 찔러댔다.

다이애나는 확실히 미인이지.

그건 스스로도 인정하는 사실이었다.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그녀는 내게 필요한만큼의 관심과 사랑을 준다. 그것이 늘 고맙고 행복하다. 그런데 그 남자가 뭐라고, 그 관심이 뭐라고 이렇게 거슬리는걸까. 이전에 그 남자가 거슬렸던건 뒤에서 뭔가 비밀스러운 일을 하고있었기 때문이었는데, 지금도 그렇다는건 그 남자에게 아직 뭔가 남아있다는것일까.

머리속에 떠오른 생각에 문득 정신을 차린 클락이 머리를 살짝 저었다.

아니,틀리다. 이건 잘못된 비교다. 애인과 동료를 동등하게 세워놓고 비교를 하다니 머리가 어떻게 된게 틀림없다.

"어, 브루스웨인 스캔들 기사 또 났네요?"

지미의 말에 머리를 짚던 클락이 눈을 들었다.

어느새 가져왔는지 지미가 신문을 펼쳐들고있는게 보였다.

"한동안 잠잠하더니 요근래 자주터지네요. 뭐 브루스웨인의 바람둥이 기질이 어디 갈리가 없긴하지만서도 근래에 너무 잦으니까 조금 이상하단 생각이 드네요. 하아, 그나저나 나도 이정도만 생겨봤으면 소원이 없겠다"

울상을짓는 지미에게서 신문을 빌려 문제의 기사를 보자, 브루스웨인이 어느 여인과 입맞추고있는 사진이 보였다.

이번엔 또 어떤여자일까.

-고담의 황태자. 드디어 결혼하는가?-

"클락, 왜 그래요? 뭐가 잘못됐어요?"

"..어?"

고개를 들자 안색을 살피는 듯한 지미의 얼굴이 보였다.

"표정이 화나보이길래요"

내가..? 내가 화를 냈다고? 내가 왜?

잠깐동안 들던 의문은 지미의 핸드폰소리에 의해 멈췄다.

"으왁, 로이스에요 클락. 어서 돌아가죠"

"어, 응"

지미의 뒤를 따라가던 클락의 손에서 신문지가 소리없이 구겨졌다.






"배트맨 잠깐 나랑 이야기좀 하겠나"

저번에 맡은 하드웨어의 보다 더 정확한 분석을 위해, 와치타워에 들어선 배트맨을 원더우먼이 불러세웠다.

"무슨 일이지"

"요즘들어 슈퍼맨이 고담에 자주 드나들던데, 무슨일이 있는건가"

배트맨의 눈이 가늘어졌다.

"슈퍼맨이 고담에?"

"모르고 있었던건가. 요근래 슈퍼맨의 행동이 이상해서 조금 살펴봤는데 그 시선 끝에 항상 제군이 있더군. 정말 모르고 있었던건가"

"..."

잠깐의 침묵 뒤에 배트맨이 입을 열었다.

"난 리그 밖에서 슈퍼맨과 만난적없어"

"그래?"

배트맨의 대답에 원더우먼이 허리에 손을 짚었다.

"다행이군. 난 무슨 사건이 생겼나 했지. 슈퍼맨이 그렇게 고담에 자주가는 일은 드물어서 말이야"

가볍게 말을 던지면서도 원더우먼은 배트맨의 눈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그 눈을 잠시 마주보던 배트맨이 등을 돌렸다.

"그럼 난 일이 바빠서 먼저 가지"

"한가지 충고해 주겠네 제군"

들려오는 목소리에 걸음을 옮기던 배트맨이 뒤를 돌아봤다.

"나는 질투가 많고 독점욕도 강하지"

"..."

"내가 신경쓸만한 일을 만들지 말아줬으면 좋겠군"

그 말에 위협이 섞여있다는것 쯤은 굳이 배트맨이 아니어도 알 수 있었다.

배트맨의 대답은 들을 생각도 없었다는 듯 원더우먼은 이내 뒤돌아 시야에서 사라졌다.

그 모습을 조용히 지켜보던 배트맨의 미간이 작게 구겨졌다.







케이브로 돌아온 배트맨은 곧장 컴퓨터로 걸어가 주변 CCTV 영상 전부를 화면에 띄웠다.

아니나 다를까 눈에 확 띄는 옷을 입은 슈퍼맨이 화면에 나타났다.

그것을 본 배트맨의 미간이 빠르게 구겨졌다.

시간맞춰 동굴로 내려오던 알프레드가, 나갈준비를 하는 브루스를 보고 눈을 크게떴다.

"다시 나가시는 겁니까, 아니면 이제 나가시는 겁니까?"

"만날 사람이 있어요. 늦지 않을거예요"

차에 올라타 버튼을 조작하고 이내 시야에서 사라지는 브루스를 보며 알프레드가 조용히 쿠키를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일부러 카메라에 잘 보이도록 서있자 머지않아 낮은 음성이 슈퍼맨의 귀에 들려왔다.

"다시는 고담에 들어오지마라고 했을텐데"

몸을 틀자 검은 복장의 그가 위협적인 모습으로 서 있는게 보였다.

배트맨을 만나면 머리속의 혼란의 이유를 알것같은 생각에 일부러 찾아왔지만, 오히려 가중된 혼란에 슈퍼맨이 미간을 작게 구겼다.

"내가 네 말을 들을 이유가 없잖아?"

"여긴 내 고담이야"

배트맨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슈퍼맨의 입에서 작은 실소가 터져나왔다.

"여기가'네'고담이라고? 없애버리려고 했던 주제에 말은 바로해야지. 가짜가 진짜 행세를 하려 들면 안되지. 내가 뭘 하든 어디에 있든 '네'가 상관할 바 아니야"

"...하고싶은 말이 뭐지. 여태껏 잘 숨어다니다 모습을 드러낸걸 보면 내게 할 말이 있는것 같은데"

낮고 위협적인 목소리로 정곡을 찔러오자 슈퍼맨이 표정을 굳혔다.

"기사에 네 이름이 났더군. 결혼할 생각인가"

"........"

잠깐의 정적이 지나고 배트맨의 미간이 느리게 구겨졌다.

"이젠 슈퍼맨도 취재를 하나보지?"

배트맨의 조롱에 슈퍼맨이 미간을 구겼다.

"묻는 말에나 답해"

"......내가 말할 이유는 없는것 같은, 윽"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다가온 슈퍼맨이 배트맨의 어깨를 잡아 강하게 끌어당겼다.

"말해!"

"이거...놔!"

순식간에 가까워진 거리에 배트맨이 팔에서 벗어나려 바르작 거렸다.

"대답해. 얼마 보지도 않은 그 여자와 결혼이라도 할 생각이야?"

"네가 상관할 바 아니야!"

몸을 비틀며 다른 한 손을 벨트로 뻗던 배트맨이 빠르게 벨트를 낚아채는 슈퍼맨을 향해 고개를 들었다.

마주본 슈퍼맨과의 거리에 배트맨이 작게 숨을 들이켰다.

약간 낮은 높이에서 자신을 올려다봐 오는 배트맨을 보며 슈퍼맨은 작게 입술을 물었다.

내가 지금 뭐하는거지.

이런걸 물어보려 한게 아니었는데. 이 남자가 결혼하는게 무슨상관이라고 이렇게 화가나는거지. 여자가 매번 바뀌는 바람둥이 브루스웨인에게 그런 기사가난게 한두번도 아닌데. 이 남자가 말한대로 어디서 뭘하든 내가 무슨상관이지? 게다가 이건 배트맨의 정체를 숨기기 위한 전략중의 하나이다. 그래 알고있다. 그런데 왜....!

어깨를 쥐고있는 손에 힘이 들어가자 배트맨이 작게 신음성을 내뱉었다.

그소리에 잠깐 정신이들어 손에 힘을 풀자 배트맨이 빠르게 뒤로 물러섰다.

쥐어졌던 어깨가 아픈지 살짝 돌리고는 경계태세에 들어간다.

그 모습을 잠시 보던 슈퍼맨이 자신의 손에들린 벨트를 보고는 작게 숨을 들이쉬었다.

벗어나고싶다.

그 순간 든 생각이었다. 수많은 감정과 생각이 나를 혼란스럽게 만드는 이곳에서 벗어나, 나를 기다리고있을 다이애나에게 가고싶었다. 그녀를 끌어안고 그녀에게 입맞추며 모든걸 잊고싶었다.

다이애나와의 키스를 떠올리던 슈퍼맨은 순간 브루스웨인과 여자가 입맞추고 있는 모습이 겹쳐보이는것을 깨닫고 고개를 내저었다.

아니, 이걸 떠올리려 한게 아니야. 이게 아니야. 난 다이애나와.....

그는 매번 스캔들이 날때마다 여자와 입맞추는 걸까.

생각과 동시에 시선이 배트맨의 드러난 입으로 옮겨졌다.

얇고 단호해보이는 입과 보드라울 것 같은 입술은 예쁜 핑크색을 띄었다.아니, 아니지. 이게 아니잖아!

억지로 떼어내듯 눈을 감은 슈퍼맨이 입을 굳게 다물었다. 힘이들어간 잇새로 뿌득하며 갈리는 소리가 났다.

감정을....주체할 수가 없다.

"...도대체 뭐야!"

심상치 않아보이는 슈퍼맨의 모습에 배트맨이 무심코 주춤하며 뒤로 물러섰다.

"도대체가....! 네가, 너따위가 뭔데-!!!"

순식간에 멱살이 잡힌 배트맨이 짧게 숨을 들이켰다.

"네가...!네가..!!"

"큭, 잠깐, 슈퍼, 읍??!!"

순식간의 일이었다.

갑작스러운 상황을 뇌가 따라잡지 못하고, 배트맨은 입안으로 혀가 들어오는 것을 멍하니 인식할수 밖에 없었다.

허리를 감싸오는 손길에 문득 정신이 들어 벗어나기위해 몸부림쳤지만, 헛수고였다.

슈퍼맨은 자꾸만 뒤로 빠지는 배트맨의 머리를 한손으로 단단히 고정시키고 더욱 깊숙히 입을 묻었다.

"웁...우읍...하,수ㅍ..!흡, 으읍!"

정신없이 몰아붙여오는 슈퍼맨을 피해 급하게 숨을 들이마셨지만 그게 다였다.

"흡, 잠.....숲..!"

그를 진정시킬 말을 내뱉을 수도, 밀쳐낼 방법도 없었다. 부족해지는 산소를 느끼며 배트맨은 슈퍼맨의 가슴께에 손을 가져다댔다.

ㅋ..ㅡ..ㄹ.ㄹ..ㅏ..ㄱ

"읏!"

손가락으로 글자를 써내려가자마자, 강한 통증과 함께 슈퍼맨이 몸을 뗴어냈다.

"흐-읍. 하아....하-...하..."

찢어져 피가 흘러내리는 입술을 닦으며 배트맨은 부족했던 호흡을 채워갔다.

마땅히 충격을 받아야 할 쪽은 배트맨이었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아보였다.

배트맨은 피를 닦을 생각도 못하고 주춤주춤 뒤로 물러나는 슈퍼맨을 가만히 노려봤다.

슈퍼맨의 눈이 혼란으로 흔들렸고, 두 손은 갈곳을 잃은 듯 가늘게 떨렸다.

"슈퍼맨"

배트맨이 그를 부르며 한발짝 앞으로 내딛자, 슈퍼맨이 빠르게 앞으로 손을 뻗었다.

"오지...마!"

배트맨의 발걸음이 멈췄다.

뻗었던 손을 거두며 괴롭게 얼굴을 가리던 슈퍼맨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고담엔 더이상.........오지않아"

얼굴을 가리던 손이 내려가고, 푸른색의 눈이 드러났다.

"내 앞에서 사라져줘. 배트맨"

지켜보던 배트맨의 몸이 굳었다.

"부탁이야"

찟어졌던 입술에서 다시 피가 흘러나오는게 느껴졌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턱이 잘게 떨려왔다.

통보와도 같은 부탁을 한 슈퍼맨은 이미 사라진지 오래였다. 하지만 배트맨은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못했다. 마치 움직임을 잊은 것처럼.


...나은줄 알았던 오른손이 아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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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이 들었다. 멍하니 내가 싸질러놓은 똥을 바라보며 물었다. 이게뭐야?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나는 길게 늘어진 똥을 하염없이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치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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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want :

숲뱃-그와'그' 2(제목변경)

2015. 10. 11. 00:19 from

숲뱃 트랩트 인 타임과 워를 섞음.

뭔가 성격은.....애니판 워에서 나왔던대로 가겠음.

따라서 캐릭터들의 붕괴가 적지않게 있을수 있음

(과거제목 숲뱃 version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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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트맨이 와치타워에 나타나지 않은지 한달이 지났다.

몇번 통신을 시도했지만 번번히 거절당했다.

리그의 두뇌가 사라지자 리거들중에도 몇몇 동요하는 이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수퍼맨. 배트맨에게 무슨 일이 있는거 아니야? 원래부터 자주 얼굴을 내비치진 않았지만 이렇게까진 아니었잖아?"

작은 임무를 끝내고 이제 막 와치타워로 들어서는 슈퍼맨을 플래시가 가로막았다.

"무슨 일이 생긴게 틀림없어!"

말을 쏟아내는 플래시의 말을 일부러 무시하며 곁을 지나쳤지만, 어느새 다시 곁에서 중얼중얼 말을 쏟아내고 있었다.

"...그래서 말인데. 슈퍼맨, 네가 가보는게 어때?"

빠르게 걸음을 옮기던 발이 멈췄다.

"내가?"

"응. 너 배트맨이랑 친하잖아"

"....내가?"

슈퍼맨의 미간이 괴상하게 일그러졌다.

"실은 내가 가보고싶긴 하지만......그럼 정말 영광이겠지만! 배트맨은 누가 자기 구역에 들어오는거 싫어하잖아? 허락없이 가는건 좀 그렇다구..."

시무룩하게 머리를 긁적이는 플래시를 보던 슈퍼맨이 고개를 돌렸다.

"흥, 그럼 내버려두면 되겠네"

"하지만 너는 되잖아?"

돌렸던 고개가 다시 플래시를 향했다.

"배트맨이 슈퍼맨만은 허락해주고 있잖아? 안그래?"

"!"

"난 슈퍼맨이 고담에 쉽게 드나들길래 둘이 많이 친한줄 알았는데?"

뭔가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플래시에게서 뒤돌아 아까보다 조금 더 빨리 걸음을 옮기자, 뒤에서 당부하는 말이 들려왔다.

"배트맨 잘 부탁해, 슈퍼맨!"

 

 

 

 

고담에서 배트맨을 찾는다것은 슈퍼맨에겐 매우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얘기좀 하지"

갑자기 등장한 휘황찬란한 옷에 배트맨이 미간을 구겼다.

"지금은 바쁘니 나중에 하지"

이번엔 슈퍼맨의 미간이 구겨질 차례였다.

"...나중...인가"

배트맨이 자리를 옮기기 위해 들고있던 쌍안경을 집어넣으며 자리에서 일어서자 슈퍼맨이 그 앞을 가로막았다.

"무슨짓이지"

시야가 가로막혀 미간을 구기고 한껏 노려보자 슈퍼맨 역시 팔짱을 끼며 눈을 마주쳐왔다.

"너야말로 무슨생각이야. 플래시에게 듣고서 깨달았는데, 너 내가 고담에 오는걸 거부하지 않더군"

배트맨의 눈이 가늘어졌다.

"그러고보니 배트맨의 아지트에 들어가본 사람도 나뿐이었지. 언제부터 우리가 그렇게 친한 사이가됐지?"

"...."

"나는 우리가 친했던 기억같은거 없는데 말이지"

"...."

"아, 혹시 이전의 동료가 떠올라서 그런가?"

"!!"

"그때의 우리는 꽤 친했었나보지?"

배트맨의 심장박동수가 빨라지기 시작했다.

"...닥쳐"

낮게 으르렁 거리며 슈퍼맨을 노려보자 슈퍼맨의 입꼬리가 비웃듯이 올라갔다.

"아직 미련을 못버렸나보니 얘기해 주지"

"닥치라고 했어"

"가짜는 너야"

퍼억 하는 소리와 함께 슈퍼맨의 몸이 날아가 벽에 부딫혔다.

"크윽!"

생생한 통증과 함께 입에서 피가 흐르는 것이 느껴졌다.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겨우 고개를 들어 배트맨을 올려다보자, 그 손에 조금전엔 없었던 녹색빛의 반지가 끼워져 있는게 보였다.

슈퍼맨을 내려다보는 배트맨의 입 언저리가 잘게 떨렸다.

"다시는..........고담에 들어오지 마"

낮게 경고하고 배트맨은 이내 자리를 떠났다.

흐릿한 의식속에서 슈퍼맨은 그 목소리가 우는것 같이 들렸다고 생각했다.

아마도 그건 착각이겠지.

흐릿해진 의식의 끈을 놓으며 슈퍼맨은 눈을 감았다.

 

 

 

 

성큼성큼 동굴로 들어온 배트맨이 거칠게 카울을 벗어던졌다.

분노와 슬픔, 그리움등의 수많은 감정이 섞여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쥐어진 손에 무의식적으로 힘을 주다 '윽' 하는 외마디 신음과 함께 몸을 웅크렸다.

회복이 덜된 오른손이 잘게 떨려왔다.

"브루스 도련님!"

그 모습에 동굴로 들어서던 알프레드가 놀라 다가왔다.

"난 괜찮아요 알프레드"

떨리는 오른손에서 반지를 빼내 납상자에 넣자 근엄한 알프레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콘크리트벽과 주먹다짐을 하고 오신 모양이시군요. 오른손을 사용하는건 아직 주의하시라고 말씀드렸던것 같은데요"

알프레드는 브루스를 의자에 앉히고 뜨거운물을 받아와 말없이 손을 찜질하기 시작했다.

조용히 그 모습을 보던 브루스가 작게 중얼거렸다.

"알프레드. 나는 가짜인걸까요. 세상에서 나만 변하지 않는다는건 내가 가짜이기 때문일까요"

"..."

"세상은 변했지만 그안에서 각자의 새로운 삶이 있어요. 내가 알던곳이 아니라고 멋대로 바꾸는것이 정말 옳은 일일까요. 나의 선택으로 어느 하나가 부숴져 버려요. 내가 어떻게 해야 좋을지 난 정말 모르겠어요"

"주인님도 모르는게 있으셨군요"

알프레드의 말에 브루스가 앓는소리를 내며 얼굴을 쓸었다.

"난 진심이에요. 알프레드"

잠시 브루스의 얼굴을 보던 알프레드가 뜨거운 물에 수건을 다시 담궜다.

"저는 주인님 만큼 뭐든 잘 알지 못하지만, 사람은 모두 여러가지의 자신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선한'나'가 있다면 악한'나'도 있듯이요. 많은 사람들이 여러가지의 자신과 싸우며 살아가고 있지만 그 모든자신은 바로'나'인거죠. 나의 여러가지의 모습들이 서로 대립하고 섞여가며 지금의'나'가 된겁니다. 어릴적 박쥐를 무서워했던 도련님이 있었듯이요. 제가 드리고 싶은 말은, 내가 알던사람이 내가 알던사람이 아니라고 해서 그사람이 '그'가 아니게 된건 아니다 라는 겁니다"

알프레드가 다시 브루스의 손위로 따뜻해진 수건을 올려놓았다.

"선택은 도련님 몫입니다. 하지만 도련님이 어떠한 선택을 하시건 저는 도련님을 따를거라는걸 잊지 말아주셨으면 좋겠군요"

알프레드를 보던 브루스의 고개가 밑으로 떨궈졌다.

"고마워요 알프레드. 언제고 변하지 않고 있어줘서..."

"그것 참 다행이네요. 제가 없으면 도련님이 어떻게 생활하실지, 생각도 하기 싫으니까요"

그 말에 브루스가 작게 웃음지었다.

"그건 저도 동감이에요"

 

 

 

"뭐? 배트맨을 데려오는데 실패한거야?"

리그 회의실에 둘러앉은 모든이의 눈이 슈퍼맨을 향했다.

"..."

플래시의 물음에 슈퍼맨은 침묵으로 일관했다.

"그 음침한녀석 언젠간 동굴속으로 다시 기어들어갈 줄 알았어"

"음침한게 아니라 멋있는거야. 할"

플래시가 할의 어깨를 치며 타박하자, 할이 코웃음을 쳤다.

"하, 어련하시겠어"

"그래서 앞으로 어떻게 할건가요. 슈퍼맨. 그가 없으면 리그를 조율해 줄 사람이 없어요"

빅터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회의실의 문이 열렸다.

"늦어서 미안하군"

익숙한 검은색의 복장이 성큼성큼 들어와 익숙한 자리에 앉자 플래시가 벌떡 일어났다.

"배트맨!"

"배트맨 어떻게 된거에요. 지금까지 연락을 받지않아 대책을 세우던 중이었어요"

빅터가 자리에 앉은 배트맨을 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작은 사고가 있어서 휴식을 취하던 중이었어"

"이래서 민간인이란"

비꼬던 할이 플래시에게 타박받는것을 보던 배트맨이 마주앉은 슈퍼맨을 향해 시선을 옮겼다.

배트맨이 들어올때 부터 눈을 떼고있지 않던 슈퍼맨은 배트맨과 눈이 마주치자 입꼬리를 슬쩍 올렸다.

"돌아온걸 환영해. 배트맨"

선량한 미소속에 감춰진 비웃음을 배트맨이 눈치채지 못할리 없지만, 배트맨은 내색하지않고 마주쳤던 시선을 다시 되돌렸다.

"그래서, 이번에 모이라고 한 이유는 뭐지"

 배트맨의 말에 빅터가 입을 열었다.

"얼마전부터 우주 어딘가에서 도와달라는 문구가 계속해서 와치타워로 들어왔어요. 위치는 여기서부터 얼마 떨어지지 않은 버려진 우주선에서부터 보내져 온거더라구요. 할이 수색차원에서 먼저 다녀왔었는데 거기엔 아무것도 없었다고 하더군요"

"그래 먼지만 잔뜩이더라고, 다녀와서 그 먼지 털어내느라 혼났지"

할이 투덜거리며 의자에 등을 기댔다.

"아무것도 없없다고?"

배트맨의 물음에 할이 작게 한숨을 내쉬며 몸을 일으켰다.

"그래. 그런데 그게 중요한게 아니야"

할이 테이블 위로 내려놓은것은 작은 하드웨어였다.

"하드웨어? 이게 어쨌는데?"

하드웨어를 손에들고 살펴보는 플래시를 힐끗 본 할이 미간을 구기며 입을 열었다.

"내가 갔을때까지 버려진줄 알았던 그 우주선은 버려진게 아니라 운항중이었어. 우리에게 메세지를 보낸 흔적도 분명히 있었고. 그런데 사람이 있었던 흔적이 전혀없었어. 처음부터 아무도 없었던것같이"

"아무도 없었다고? 그럼 메세지는 누가보낸거야?"

"그걸 지금부터 알아내야 한다는거겠지"

플래시가 들고있던 하드웨어를 뺏은 슈퍼맨이 배트맨의 앞으로 하드웨어를 밀었다.

"네 도움이 필요해. 배트맨"

배트맨이 하드웨어로부터 눈을 들자 다시한번 서로의 눈이 마주쳤다.

"협력해 줄테지?"

'내가알던 사람이 아니라고해서 그가 '그'가 아니게 된것은 아니라는 겁니다'

선량해보이는 웃음에 배트맨의 눈이 가늘어졌다.

'도련님이 어떠한 선택을 하시건, 저는 도련님을 따를거라는것을 잊지 말아주셨으면 좋겠군요'



 ".....그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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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뱃-toy4

2015. 3. 15. 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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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뱃-toy3

2015. 3. 8. 20:31 from

너무 진행이 더디니 강제 타임점프

아...세계관은 현대인데 귀족이 접목된 짬뽕....ㅎ........

--------------------------------------------------------

 

--그로부터 1년 후---

 

 

"---켄트 회장님의 뜻은 이러합니다. 모런님. 그렇기에 지금 제안하시는 사업은 저희측에서 받아들이기가 어렵습니다. 그 내용의 2/3가 말씀드린대로 바뀐다면 또 모를까요"

모런은 자신의 앞에서 싱긋 웃고있는 건장한 남자를 노려봤다.

"토이주제에 건방지게. 너같은 천한것과 더 이야기 할 시간따위 없으니 당장 네 주인을 불러와!"

남자는 모런의 날카로운 말에도 아랑곳하지않고 천천히 다리를 꼬았다.

"제가 토이인걸 알고계셨군요. 그렇다면 제가 '켄트회장의 대리인'이라는 것도 잘 알고계시겠죠"

"뭐야?"

"저를 거치지 않고선, 이곳에서 그분과 만나실 순 없으실 겁니다"

"이... 건방진!!"

"아 그러고보니, 모런님. 지금 하고계시는 일은 잘 되가십니까? 듣기로는 그일 때문에 요즘 재정상태가 많이 힘들어져서

다른 귀족분들의 도움을 받고계신다더군요"

"뭐얏? 토이주제에 뭘 안다고 그런소릴지껄이는거야?!!!"

벌떡일어나 큰소리로 화를내는 모런에게 남자가 진정하라는 듯이 두손을 들었다.

"모런님 말씀이 맞습니다. 저같은 토이가 뭘 알겠습니까.단지 윗분들이 하시는 이야기를 조금 들었을뿐입니다"

어깨를 살짝 움츠리며 웃음짓는 남자를 본 모런의 입술이 바르르 떨렸다.

"네놈, 건방짐이 하늘을 찌르는군"

"그렇게 보이셨다면, 정중하게 사과드리겠습니다"

모런은 고개를 숙여보이는 남자를 보고 시선을 가늘게 떴다.

"네놈, 조심하는게 좋을거다. 네놈이 지금의 주인에게서 버림받는 그때가 세상밖을 볼수있는 마지막이 될테니"

그 말에 남자의 표정이 조금 굳어지자, 모런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지금 네놈의 행태에 얼마나 많은 귀족이 이를 갈며 그날만을 기다리고있는지, 네놈은 알고있겠지. 그 죠지역시 네놈이 버려지기만을 고대하고 있던데. 설마 모른다곤 하지 않겠지? 네놈은 원래 1년전엔 그의것이 되기로 정해져있었으니"

멍청한 클락켄트! 하며 다시금 화를 내는 모런을 조용히 보던 남자가 부드럽게 웃음을 지었다.

"...기다려 주신다니 영광이군요. 걱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시간이 많이 늦었는데, 식사라도 함께 하시겠습니까 모런님?"

"토이따위와 밥먹을 시간따윈 없다. 이번 이야기 다시한번 잘 생각해 보라고 켄트회장께나 잘 전해 드려!!"

"그렇게 전해드리겠습니다"

기가차다는 듯한 시선을 보낸 모런이 문을 나서자 남자의 차가운 하늘색 눈이 눈꺼플속으로 감춰졌다.

"하아....."

작게 한숨을 내쉬고 그대로 조금 있자, 짧은 노크와 함께 누군가 안으로 들어왔다.

"피곤해 보이네, 브루스?"

"그렇게 보인다면, 조금 도와주는게 어때"

감았던 눈을 뜨며 매섭게 노려보자, 클락이 어깨를 으쓱이며 웃어왔다.

"나는 사업에 관심없다는거 알잖아. 난 글쓰는게 좋아 브루스"

"어련하시겠어"

브루스는 한숨을 내쉬며 클락을 주욱 훑어봤다.

"....영락없는 서민이군"

"회사에 몰래 오래면 어쩔 수 없었어.너가 대리인으로있는데 내가 왔다가 다른 귀족이랑 만나봐..."

어깨를 추욱 늘어뜨리는 클락을보며 브루스는 미간을 구겼다.

"그럼 오지를 마"

"브루스 네가 보고싶은걸 어떻게해"

"....헛소리가 늘었군"

그 말에 클락이 실실 웃자, 브루스의 얼굴이 더욱 구겨진다.

"그러지 말고, 밥먹으러 가자. 브루스"

자연스레 브루스의 어깨에 팔을 두르던 클락이 순간 멈칫하며 팔을 거뒀다.

"아,음...가자, 브루스. 나 배고파"

돌아본 얼굴이 멎쩍게 웃었다.

먼저 문을 나서는 클락의 뒷모습에 브루스의 눈이 가늘어졌다.

 

 

 

 

"여자를 사귀는게 어때. 클락"

브루스의 말에 책을 읽던 클락이 시선을 들었다.

"갑자기 무슨말이야? 난 아직 그럴생가..........혹시........본거야?......브루스"

"그렇게 활짝 열어놓고 하는데 못보는게 이상하지"

클락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나에게 욕정하지. 클락"

클락의 손끝에 간신히 걸쳐져 있던 책이 바닥으로 떨어져내렸다.

"!!!...............아....니야"

"흐음. 아니야?"

브루스가 살짝 고개를 기울이자, 하얀 목덜미가 드러났다.

그 모습에 클락은 절로 목울대가 움직이는 것을 느꼈다.

"으..크흠. 아니..."

아니라고 다시 말하려던 클락이 셔츠를 풀어내려가는 브루스의 모습에 입을 다물었다.

멍하니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어느새 가까이 다가온 브루스를 깨닫고 숨을 들이켰다.

"브루스!"

"욕정을 하지 않는다는건 거짓말이군"

브루스의 손이 바지 안으로 들어오자 클락이 빠르게 손목을 붙잡았다.

"그만둬, 브루스!"

당황함에 화를 내려던 클락이, 올려다본 브루스의 얼굴에 입을 다물었다.

"...브루스?"

"이런 놀이는 이제 그만두는게 어때"

"....놀이라니?"

"날 범해. 클락"

"뭐?!!"

깜짝놀란 클락이 몸을 일으키려하자, 브루스가 어깨를 눌러 앉히며 귓가에 속삭여왔다.

"네 눈앞에 있는건 친구가 아니야, 네 욕구를 풀기위해 있는 도구지"
"무슨 말을 하는거야 브루스! 더 이상 그런말 하지 않기로 했었잖아!!"

브루스의 어깨를 밀치며 화를내자 브루스가 비릿한 웃음을 안면에 띄웠다.

"이만 현실을 직시해.클락. 네가 아무리 부정한다 해도 내가 토이임은 변하지 않아"

"왜 자꾸 비관적으로만 생각하는거야! 브루스!!"

"그게 사실이니까"

그 말에 클락이 브루스를 노려보자, 브루스 역시 마주 노려봐 왔다.

정적을 깬건 자리에서 일어난 클락이었다.

"난. 너와 친구가 되기로 한걸 놀이라고 생각해 본적 없고, 널 내 토이라고 생각해본적은 단 한번도 없어. 또 한번 그런 말을 한다면, 정말 화낼거야. 브루스"

클락이 작게 미간을 구긴채 서재를 나가자, 닫혀진 문을 보던 브루스가 조용히 고개를 떨궜다.

작은 한숨이 그 입에서 새어나왔다.

 

"오랜만이야 클락"

문을열자 보이는 반가운 얼굴에 피곤해보이던 클락의 얼굴에 미소가 띄워졌다.

"제임스! 이게 얼마만이야. 연락도 없이 이 늦은시간에 무슨일이야? 여행은 잘 다녀왔어?"

"피곤해 죽는줄 알았어. 들어가도 되나?"

"물론이지. 아, 브루스! 제임스왔어!"

서재를 나와 방으로 가기위해 계단을 내려오던 브루스가 그들을 발견하고 가까이 다가왔다.

"제임스님 오래간만입니다. 얼굴색이 더 좋아지셨군요"

"음. 넌 더....몸이 좋아졌군"

"감사합니다. 그럼 저는 피곤해서 이만 먼저 올라가겠습니다"

브루스가 고개를 살짝 숙인뒤 침실로 올라가자, 그를 잠시 바라보던 제임스가 시선을 돌려 클락을 바라봤다.

본론을 말하려던 제임스의 입이 시야에 들어온 클락의 모습에 작게 일그러 졌다.

이미 올라가버린 브루스의 뒷모습에서 여전히 시선을 떼지 못하는게 꼭 짝사랑을 하고있는것만 같아보였다.

그 모습에 조금 신경질이 난 제임스가 클락을 불렀다.

"중요하게 할얘기가 있어. 클락"

"응? 뭔데?"

제임스의 부름에 클락이 고개를 돌리자, 아까보다 심각해진 표정으로 자신을 보고있는 제임스가 보였다.

"브루스얘기야"

클락의 표정 역시 굳어졌다.

 

 

클락은 제임스가 떠난 응접실에 홀로 앉아 제임스가 들려준 말을 되새겼다.

그의 말은 처음듣는 것들이었다.

'브루스를 네 대리인으로 세웠다는게 사실이야?'

'네가 지금 얼마나 멍청한 짓을 했는지 알고나 있어? 너 그의 과거에대해 알고 한 일이야?'

'웨인이라고 알지? 과거 귀족들을 두려움에 떨게했던 귀족. 서민들에겐 환대받았지만 귀족들에겐 눈에 가시였던...그런데 왜 귀족들이 그 가시를 못뽑았는 줄 알아? 웨인이 시장을 모두 휘어잡고 있었거든. 그래서 오히려 그와 파트너가 되기위해 귀족들끼리 경쟁이 붙었었어'

'그런데 그 웨인이 한번에 무너져내렸어. 어느 한 귀족때문에'

'다른 지역에서 넘어온 그 귀족은 서서히 시장의 흐름을 자기쪽으로 끌어당기기 시작했어. 어떻게 그렇게 갑자기 시장의 흐름이 바뀌었는지는 몰라. 뭐 뒤에서 더러운 일들을 했겠지. 그때문에 웨인쪽에서 견제를 하자 더이상 흐름이 그 귀족에게로 넘어가지 않았지. 그리고 곧 그 일이 일어났어'

'웨인가의 사람들이 모두 의문의 죽음을 맞게되고 곧이어 웨인사에대한 수많은 루머와 스캔들이 연이어 터지기 시작했지. 결과는 처참했어. 리더의 부재에 웨인사는 순식간에 무너저 내리고, 엄청난 빛을 떠앉게되었어. 그 귀족때문에 웨인이라는 성 자체가 순식간에 사라지고 만거야'

'그게 어쨌냐는 표정 하지마. 그 브루스가 웨인의 아들이니까. 그리고 그 귀족이 네가 저번에 뒤통수친 죠지 커터니까'

'이제 이게 얼마나 심각한 일인지 알겠지? 당장 브루스를 대리인 자리에서 내려보내. 그리고 커터가 브루스를 요구하면 그냥 내어줘. 네 부모님이 남겨주신 성을 잃고싶지 않다면'

'내 말 명심하는게 좋을거야'

제임스의 마지막 말이 떠오르자 클락이 미간을 구겼다.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나 침실로 향했다. 쉬어야 할것 같았다.

매우 피곤하고 화가났다.

마음을 가라앉히며 걸음을 옮기던 클락이 브루스의 침실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브루스는 잠이든건지 새어나오는 불빛도 없이 조용했다.

살짝 문을 열어 안을 들여다보자, 보이는건 창가에 서있는 브루스였다.

뒤쪽에서 느껴지는 기척에 창가에 서있던 브루스가 뒤를 돌아봤다.

시선이 마주쳤지만, 누구도 먼저 입을 열지 않았다.

침묵을 깬건, 브루스였다.

"제임스는 꽤 전에 돌아간것같더군"

그러나 클락은 대답하지 않은채 브루스를 보고만 있었다.

"나에게 할말이 있나. 클락?"

"브루스.."

낮은목소리로 작게 이름을 불러오는 클락이 의아해 그를 향해 완전히 몸을 틀던 브루스가 이어지는 말에 몸을 굳혔다.

".......웨인"

"!!......"

"......"

"...제임스에게 들은건가"

"왜 말하지 않았지"

"....."

클락은 대답하지 않는 브루스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봤지만, 달빛을 등져있는 그가 어떤 표정을 짓고있는지는 볼 수가 없었다.

그러나 브루스가 자신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고 있다는 것만은 확실하게 알았다.

"네가 말해줬다면 난..."

"말했지. 날 범하라고. 장난은 그만두자고. 물론 상황을 제대로 설명해주지 못한 내 탓도 있겠지만, 듣지 않은건 너야. 그러니 나에게 화풀이 하..."

"그런게 아니야!!"

브루스의 말을 가로막은 클락이 분을 참는지 주먹을 움켜쥐었다.

"네 가족이 모두 귀족들 손에 죽었다는걸 알았다면, 그들과 대면하도록 널 회사에 두지 않았어! 그들에게 거짓웃음짓고, 그들에게 이야깃거리가 되고 있었다는걸 알았다면, 난 널 절대 그상태로 그들앞에 두지 않았어!!"

"동정하지마. 과거는 잊은지 오래야. 그런 말 할거면 집어치워"

냉정한 브루스의 말에 클락이 이빨을 강하게 물었다. 그탓에 억눌린 음성이 잇새로 새어나왔다.

"거짓말 하지마. 한번도 잊은 적 없잖아"

성큼성큼 다가오는 클락의 모습에 브루스가 무심코 뒤로 한발짝 물러섰다.

"처음 봤을때도, 지금도"

어느새 가까워진 클락이 반항하는 브루스의 턱을 강하게 움켜쥐고 위로 치켜들었다.

그 탓에 달빛이 얼굴에 드리워져 브루스의 표정이 드러났다.

"울고있잖아"

"무슨 헛소리를..!!"

몸을 뒤틀며 벗어나려던 브루스가 어느새 가까워진 클락의 얼굴에 숨을 들이켰다.

화난듯 내려다보는 그의 시선에 무심코 반항을 멈추자 클락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울게해줄까. 브루스"

 

 

 

----------------------------

난....무슨....똥을 ..이렇게 길게 싸질러 놓은것일까....

이 똥은.... 언제 끊어지는걸까.........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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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뱃-toy2

2015. 3. 6. 16:20 from

 

 

"엄.... 그러니까 브...루스? 이건 무슨 상황이야...?"

클락은 자신의 위에 올라타 있는 브루스를 올려다봤다.

"모른척 하는건가. 네가 원하던 상황이지"

브루스가 당황한얼굴로 자신을 올려다보는 클락을 차갑게 내려다봤다.

순진한척 하는 모습이 화가난다.

 

클락켄트. 브루스는 그 이름을 익히 들어 알고있었다. 타락한 세상에서도 순수함을 잃지않은 귀족. 단 한개의 토이도 가져본 적이 없고, 토이경매에 참여하지 않는 유일한 고위층 귀족. 많은 귀족들에게 바보라고 놀림받는 그의 얼굴을 본건, 브루스가 다른 귀족의 토이였을 때 딱 한번이었다.

과거의 주인이었던 귀족과 함께 응접실로 들어서는 그는 익히 들어왔던 바보의 모습과는 많이 달랐다. 좋은 풍채와 깔끔한 인상, 사람 좋아보이는 웃음을 짓는 그는 토이인 자신에게도 살짝 고개짓으로 인사를 해왔다.

주인은 그 모습을 보고 실짝 인상을 찌뿌렸지만, 그 모습은 브루스에게 꽤나 좋은 인상을 남겼었다. 클락켄트, 그 남자를 경매장에서 보게되기 전까지는....

 

"너도 결국 귀족이었던거다"

브루스는 자신을 빤히 올려다보는 클락과 눈을 마주치며 셔츠의 단추를 하나씩 풀어내렸다.

"브루스...?"

"...순진한척 하는건 너의 트레이드 마크인가"

"왜 또 우는거야?"

단추를 풀던 손이 멈췄다.

"......뭐....?"

브루스는 자신이 잘못들은 것은 아닌가 하며 미간을 구겼다.

"난 자네가 이러는걸 원하는게 아니야"

클락이 단추를 풀던 브루스의 손을 잡고 상체를 일으켜 세웠다. 그 반동으로 브루스가 뒤로 넘어갈것 같이 되자, 클락이 단단한 손으로 브루스의 허리를 받쳐왔다.

"난..."

숨이 닿을 듯 가까워진 그의 얼굴에 브루스의 눈이 살짝 커졌다.

"그저 자네가 더이상 울지 않으면 좋겠어"

브루스는 얼굴에 열이 확 끼치는걸 느꼈다. 재빨리 뒤로 몸을빼 클락에게서 조금 거리를 두자, 무슨 일이냐는듯 자신을 바라보는 클락의 모습에 브루스는 속으로 욕을 내밷었다.

"알았어. 다시는 이런짓 하지 않도록 하지. 곤란하게 해서 미안하게 됐군"

"아니 딱히 싫은건 아니지만...."

그 순간 '꼬르륵'하는 소리가 크게 들려왔다.

"...밥 먹지 않을래? 브루스?"

멋쩍은듯이 살짝 웃는 클락의 모습에 브루스는 어깨에 힘이 빠지는걸 느꼈다.

 

 

토이가 주인과 밥을 같이 먹는다는 이야기는 들어본적이 없었다.

브루스는 자신의 앞에 있는 음식을 조용히 바라보았다.

"왜? 입에 안맞아 브루스?"

조금 살피듯이 물어오는 클락을 향해 살짝 고개를 저으며 음식을 입에 넣었다.

"...맛있군"

그 말에 클락의 얼굴이 환하게 펴진다.

"그렇지? 우리집 레이나는 음식 솜씨가 좋거든"

"오, 부끄럽게 그런말은 하지 마세요. 주인님"

갓 구워진 고기를 막 식탁위에 올려놓던 나이든 여자가 쑥스럽게 웃으며 브루스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브루스라고 했죠? 반가워요. 요리사인 레이나에요. 먹고싶은게 있다면 언제든 말해줘요"

그녀는 싱긋 웃고 다시 주방으로 향했다.

"...하인들과 꽤나 친하군"

브루스의 말에 당연하다는 듯 클락이 어깨를 으쓱였다.

"요리사와 친해져야 하는건 당연한 일이지. 그들은 기쁠수록 최고의 요리를 주거든. 그러니까 그녀에게 미움받지 않게 조심해. 그녀는 화나면 정말 맛없는 요리를 줘..."

브루스는 레이나의 눈치를 보며 작게 소근거리는 클락을 멍하니 바라봤다.

요리사의 눈치를 보는 귀족이라니...지금 자신이 꿈을 꾸고 있는건 아닐까하는 생각조차 들었다.

"그러고 보니 브루스. 브루스는 왜 나에게 반말하는 거야?"

클락의 물음에 조용히 그를 응시하자 클락이 슬쩍 눈을 피했다.

"아니, 싫다는 건 아닌데..."

"주인님"

깜짝 놀라 돌아본 클락과 눈이 마주치자 클락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이라 부르는게 더 좋은가"

"아, 아니. 아니야. 그냥 그대로가 좋아. 그대로가....미안"

어쩔줄 몰라하며 고개를 숙인채 음식을 입에 넣는 클락을 보며 브루스는 속으로 작게 웃음을 지었다.

아무래도, 순수한 자신의 새주인을 놀리는 데에 재미가 붙을 것만 같았다.

 

 

 

 

 

 

클락은 창가에 앉아 책에 몰두해 있는 브루스를 조용히 바라봤다.

계속 자신의 방에만 틀어박혀 가만히 있는 브루스가 안쓰러워 얼마전 자신의 서재의 한쪽에 자리를 내주었더니, 꽤 마음에 들었는지 매일같이 그곳에 와 책을 읽었다.

바람이 불어 단정한 얼굴위로 머리카락이 내려오자, 책에서 시선을 떼지 않고 머리를 쓸어올리는 게 보인다.

그 손목이 안쓰러울 만큼 가늘다.

자신보다 커다란 토이를 꺼려하는 주인들 탓에 자신의 몸 조차 관리할 권한을 잃은 토이들의 운명은 클락의 미간을 구기게 만들었다.

"브루스"

클락의 부름에 브루스가 고개를 살짝 들어 눈을 마주쳐 왔다.

볼수록 예쁜눈이었다.

"난 이제부터 운동갈까 하는데. 함께가지 않을래?"

그 말에 클락을 가만히 보던 브루스가 보고있던 책을 덮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집사에게 운동복을 준비해 달라고 하지"

"응 그래. 가는김에 네 운동복도 받아와"

문을 향하던 브루스의 발이 멈췄다.

천천히 고개를 돌려 자신을 바라보는 브루스에게 클락이 작게 웃음을 지어보였다.

"같이하자. 운동"

놀란듯 크게떠진 브루스의 얼굴을 보고있자니 자꾸만 웃음이 나왔다. 클락은 브루스가 이렇게 감정을 내보일때가 제일 좋았다.

"하지만, 토이는...."

"브루스"

당황해 하는 브루스의 말을 가로채고 그의 앞으로 걸어갔다.

"난 토이는 필요하지 않아"

"..그럼 왜.."

"난 자네가 내 친구가 되어줬음 좋겠어"

"뭐?"

브루스는 황당함을 감추지 못한채, 자신의 앞에 서서 웃고있는 클락을 바라봤다.

"바보같은 귀족은 너무 외롭거든. 나와 친구가 되어 주겠어? 브루스"

브루스는 조금 멍하니 있었다. 그의 말에 곧바로 대답을 해주진 못했지만, 자신이 그의 말을 거절하지 못하리란걸 알았다.

친구이길 원하는 그가 자신의 주인임은 절대 변하지 않겠지만, 브루스는 그의 따뜻한 유혹에 넘어가 주기로 했다.

"...그러지"

자신의 말이 앞으로 어떠한 파장을 일으킬지 알고나 있는걸까? 브루스는 자신의 앞에서 환하게 웃고있는 클락을 조금 걱정스레 바라봤다.

"좋아. 이제부터 브루스 넌 내 친구야"

...바보같은 클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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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3. 5. 21:15 from

토이보이인 브루스와 그의 주인 클락이 보고싶다. 그러므로 썰.

고위층 귀족 클락, 토이보이 브루스

원작세계관x, 클락,브루스 이외의 캐릭터x

 

------------------------------------

 

 

세상이 험악해지고 삶이 궁핍해지자 많은 사람들은 환락속으로 빠져들었다. 그리고 생겨난것들이 섹스토이였다.

클락은 카페에 앉아 자신의 앞에 있는 친우이자 사업파트너인 남자를 바라보았다.

"내가 잘못들은건 아니겠지. 제임스?"

"제대로 들었어. 요즘 시대에 토이 하나 가지고 있지 않는사람은 자네밖에 없을걸?"

"토이경매는 관심없다고 저번해도 말했잖나"

"그렇게 고지식하게 굴지 말라고. 이번에도 내말을 거절하면...... 이번 사업안건은 없던걸로 해"

"그건 너한테도 손해일텐데"

클락은 뚱하게 노려보는 제임스를 향해 입을 삐죽였다.

"크....아무튼 가자! 걱정된다고 내 친구가 성불구자가 아닐까하고! 세상에 한번도 여자랑 사귀어본적이 없다니!"

클락의 말에 큰소리로 투덜거리는 제임스를 말리며 클락은 카페안을 두리번거렸다.

"윽! 무슨 헛소리를... 제임스! 제임스! 조용히해!"

"갈거지?!"

"알았어! 알았으니까...!"

제임스는 땀을 뻘뻘흘리며 자신의 입을 막으려는 친구를 즐겁게 바라보았다.

"잘 생각했어"

자신의 친구는 보통의 귀족답지않게 순수했다. 제임스는 클락의 그런 점이 놀려먹기 딱 좋다고 생각했다.

클락은 키들거리며 라떼를 주문하는 제임스를 보고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

 

 

 

 

"이번상품은----"

클락은 몇번째일지 모를 토이들의 나체에 시선을 두지못하고 고개를 푹 수그렸다.

"피하지 말고 잘 봐봐 클락. 맘에드는 애 없어? 아 정말. 고개 들라니까?"

어쩔줄 몰라하는 클락의 모습에 조바심을 내며 제임스가 팔을 쿡쿡 찔러왔다.

".....이제 나가고 싶어 제임스......."

흘끗 본 클락의 얼굴이 울것만 같아 제임스는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

"하... 알았어. 조금만 참아. 이제 곧 마지막상품이야"

제임스의 말에 조금 안도하며 고개를 끄덕이자, 곧 마지막순서를 알리는 사회자의 말이 스피커에서 흘러나왔다.

"자 드디어 마지막 상품입니다! 많은 주인을 만족시켰지만, 그를 만족시킨 주인은 단 한명도 없었다! 다시 돌아온 토이계의 고고한 왕자! 그를 쾌락으로 떨어뜨릴 주인공은 과연 누가될것인가? 자신있는 자들은 도전하라! 브.루.스-!"

"으아 뭐야. 마지막 상품이라 기대했더니, 토이보이라니... 게다가 중고야? 마지막 상품치곤 너무 형편없는데? 안그래 클락?"

제임스의 말에 슬쩍 무대로 눈을 돌리던 클락은 그상태로 굳고말았다.

현란한 설명과 함께 무대로 나온 남자는 무심한듯한 시선으로 관객석을 향해 시선을 두고있었다. 투명한 피부와 색소가 옅은 푸른눈이 그의 시선과 이미지를 더욱 차갑게 보이게 했지만 클락은 거기에 신경쓸 새가 없없다.

".....울고있어?"

클락의 중얼거림을 들었는지 제임스가 고개를 돌려왔다.

"울다니 누가?"

그에 대한 대답은 클락의 시선만으로도 되었는지 제임스가 기겁을했다.

"쟤? 무슨 헛소리야? 시선만으로도 사람 죽일것만 같구만"

옆에서 눈이 이상한거 아니냐고 물어오는 제임스의 말은 더이상 들려오지 않았다.

처음엔 제임스 말대로 자신이 잘못본것일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다시봐도 그는 정말 울고있었다.

사회자의 말대로 이리저리 몸을 틀던 그의 눈이 일순 클락의 눈과 딱 마주쳤다.

순간 그의 표정이 일그러진듯 해 보였다. 그러나 그 표정을 제대로 다시 보기도 전에 그의 시선은 사회자의 경매시작을 알리는 멘트와함께 떨어져나갔다.

"15만"

"25만"

경매가는 시작과 함께 빠르게 올라갔다.

"50만!"

50만 달러를 부른 남자는 사람들의 시선을 받으며 섬뜩한 웃음을 짓고있었다.

"으엑, 또 저남자야?  저 남자한테 팔린 토이들은 거의 반불구가 되서 나온다는 소문이 있던데....완전 악취미야. 돈많은 놈들은 다 저러나? 아, 클락 넌 빼고"

제임스의 투덜거림에 다시금 무대앞의 그에게 시선을 돌리자, 그는 이미 예상했던 일이었다는듯, 무심히 어느 한곳을 응시하고 있을 뿐이었다.

"자 50만, 그 이상 없으십니까?"

조용한 객석사이에 사회자의 카운트다운만이 울려퍼졌다.

"우와 쟤 완전 불쌍하게 됐는데? 근데 뭘 모르는건가 별다른 반응이 없네? 딴놈들은 벌벌 떨던데"

제임스의 말을 귀로 들으며 무대위의 그를 조용히 응시했다.

여전히 무심하게 어딘가를 응시하던 그의 눈이 서서히 감겼다. 클락은 그 모습이 마치 숨을 거두는 것만 같다고 느꼈다.

"그 이상이 없으시니 50에 낙...!"

"백만"

제임스는 태연하게 백만을 외친 자신의 친우를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바라봤다.

"야 임마...! 미쳤어? 백만이라니...! 게다가 토이보이라니..! 너---"

제임스가 옆에서 경악을 하며 잔소리를 퍼부었지만 클락은 듣지않고 무대위의 그를 응시했다.

그는 조금 놀란듯한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인형같던 얼굴이 감정으로 뒤덮혀 있다. 그 표정에 클락은 자신이 조금 웃은것도 같다고 생각했다.

"웃지마 미친놈아! 너가 지금 뭘 산줄이나 알아? 어휴. 널 데려온 내가 잘못이지... 내 탓이로다!!"

 

클락과 브루스의 만남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

토이계의 고고한 왕자님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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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뱃-그와'그' 1(제목변경)

2015. 2. 28. 00:34 from

이 전번것이 잘 안풀려서 다른버전으로 다시 go

트랩트 인 타임 이랑 워를 섞음.

(과거제목 숲뱃 version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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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트래퍼와의 싸움으로 모두가 기억을 잃고 말았다. 단 한사람, 배트맨만을 제외하고...

 

타임트래퍼가 뒤틀어버린 시간을 되돌려 놓으려다, 폭주해버린 트래퍼로 인해 또 한번 시간이 뒤틀려 버렸다.

이곳은 저스티스 리그도 존재하지 않고, 모두들 각자의 히어로 활동에만 전념하고 있었으며, 서로의 친분조차 없이 많은 사람들로부터 범죄자 취급을 받고있었다. 수많은 경찰들이 히어로를 잡으려고 안달이었고, 그중에서도 배트맨은 검거 1순위였다.

곧바로 타임트래퍼의 모래시계를 찾아 시간을 되돌려 놓아야만 했지만, 모래시계는 폭주이후로 다른 어디론가 떨어져 버린듯 해, 지금 당장 되돌릴 수 있는 상황이 안되었다. 게다가 곧이어 터져버린 전쟁에 그 이상 신경 쓸 여력이 없었다. 이곳이 아무리 뒤틀린 세계라 해도 이곳 역시 스스로 지키고자 했던 곳임은 다르지 않기에 내버려 둘 순 없었다.

 

다시 만난 할과 플래쉬는 배트맨을 알아보지 못했고 둘은 시간이 뒤틀려도 여전히 친해보였다. 원더우먼은 싸움을 선호하는 전사의 모습으로 바뀌었으며 그녀 역시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로 배트맨을 알아보지 못했다. 슈퍼맨 그 역시도...

슈퍼맨은 처음보는 시꺼먼 녀석이 자신의 본명을 부르자 꽤나 놀란 듯 했고, 그 후로 경계를 담은 눈빛을 보내왔다.

시간이 뒤틀리기 전까지는 연인이었던 그의 차가운 눈빛은 전쟁 내내 신경의 한쪽을 긁었다.

 

전쟁이 끝나고 새롭게 설립된 '저스티스 리그'의 멤버들은 급속도로 친해쳤다. 단, 두사람 만을 제외하고...

슈퍼맨은 배트맨에게 여전히 꺼림직 하다는 눈길을 보내며 피했고, 상황이 그러한지라 배트맨 역시 다가가지 않자 그 둘은 자연스레 멀어질 수 밖에 없었다.

그러던 사이, 슈퍼맨과 원더우먼이 사귀는 것 같다는 소문이 들려왔고, 머지않아 그 둘은 멤버들이 있는 자리에서 정식으로 발표를 했다. 많은 히어로들이 그 둘을 축하했고, 그들이 웃고 떠드는 사이 조용히 나와 고담으로 향했다.

전쟁 이후로 단 한순간도 쉬지않고 빌런을 때려잡고 타임트래버를 추적해 왔지만 그렇다할 성과는 나오지 않았다.

알프레드가 가져다 준 커피를 마시며 자료에 집중하려 했지만 자꾸만 떠오르는 슈퍼맨의 행복한 웃음에 무심코 심장부근을 움켜쥐었다. 그 모습을 알프레드가 조용히 지켜보는게 느껴져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늘은 이만 쉬는게 좋겠어요"

"물을 데워놓겠습니다"

"고마워요. 알프레드"

 

 

정신적으로 많이 지친것일까.

지금의 리그는 과거와는 약간 다르긴 해도 문제없이 잘 굴러가고 있었고, 슈퍼맨과 자신이 연인이었다는 사실만이 달라졌을 뿐이지 과거의 초기 리그와 그다지 다를바가 없어, 지금은... 타임트래퍼를 꼭 찾아야만 할까 하는 생각조차 들었다.

알프레드가 데워둔 물에 몸을 담그고 한참을 그렇게 있다가 몸을 일으켰다.

가운을 두른채 방으로 들어서자 커다란 창문이 시야를 가득 채웠다. 저 문을 열고 낯이 익은 그가 낯이익은 미소로 금방이라도 들어올것만 같았다. 그의 따뜻한 손이 얼굴을 쓰다듬고 입술을 부딪치고 누가먼저라고 할것 없이 서로 엉켜 익숙하게 침대에 드러누워 사랑의 말을 속삭일것만 같았다.

눈가가 뜨거워지는 느낌에 창문을 열어 젖혔다. 차가운 바람이 얼굴을 때리자 기분이 조금 진정된다.

입안에서 맴도는 그의 이름이 소리가 되지 못한채 삼켜졌다.

 

'....클락.........'

 

 

 

키보드를 쳐내려가던 클락의 손이 멈췄다.

리그에게 다이애나와 자신의 관계를 밝히고 난 뒤, 아주 빠르게 뛰던 심장소리를 들었다. 그 소리의 주인이 어느새 카울에 납을 대었는지 표정을 볼순 없었지만, 그의 심장만큼은 확실히 어떠한 의사표현을 하고있었다.

평소엔 별다른 반응이 없던 녀석이라 조금 놀라웠지만 금방 신경을 거두었다. 녀석은 심히 신경에 거슬리는 녀석이었고 내 옆엔 사랑스러운 다이애나가 있었으니까 신경쓸 이유가 없었다.

그랬을터인데....

어느새 브루스웨인의 저택 주변을 서성이고 있는 자신을 보니 한숨이 나왔다. 왜 자꾸 녀석이 신경에 거슬리는지 모르겠다.

녀석은 분명 기분나쁜 놈이었다. 첫 만남에 본명을 알고있는것 부터 해서 자신의 약점과 모든것 알고 있다는듯한 눈이 마음에 안들었다. 왜인지 녀석과는 자주 눈이 마주쳤고 시시때때로 자신을 탐색하는듯한 시선을 보내왔다. 뭔가 할 말이 있는것 같으면서도 입을 굳게 다문채 사라져 버리는게 신경을 건드렸다. 특히 요즘들어 혼자 뭔가를 필사적으로 조사하는 듯 보이는게 아무래도 수상했다. 이왕 온김에 살펴보기로 하고 신경과민인 박쥐녀석이 무슨 장치를 해놨을지 몰라 저택에서 멀찌감치 떨어져 자리를 잡았다.

시선을 집중하자 커피를 내려놓으며 막 자리에서 일어나는 녀석이 보였다. 심장박동이 조금 불규칙한 듯 했다.

녀석이 샤워하는 동안 시선을 다른곳으로 잠시 돌렸다가 방으로 돌아올 때즈음 다시 시선을 옮겼다. 기분이 좋지 않은지 미간을 구기고 가운을 정리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때도 생각했지만 확실히 잘생긴 얼굴이다. 대체 브루스웨인 정도 되는 사람이 왜 이런 영웅노릇을 자처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깊이 생각하지 않기로 하고 브루스웨인의 움직임을 눈으로 쫓았다. 그리고 그 즉시 눈을 의심할 수 밖에 없었다.

방으로 들어서던 녀석의 얼굴이 느리게 일그러지더니 마치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것처럼 입술을 작게 물었다. 심장박동수가 매우 빠르게 들려왔다. 평소에 봐오던 녀석의 모습에서는 상상조차 할수 없는 장면에 혼란스러워졌다. 이런 모습을 계속 지켜보는것은 예의가 아니기에 눈을 돌려야만했다. 그러나 눈에 못이 박힌듯 그 얼굴에서 시선을 뗄수 없었다.

녀석의 어깨가 우는듯이 잘게 떨리더니 곧 성큼성큼 걸어가 창문을 열어 젖혔다. 먼곳을 바라보는 녀석의 눈가가 붉었다.

이런모습은 녀석답지 않았다. 녀석의 진정을 돕기위해 바람에 살짝 냉기를 흘려보내 주었다.

그게 도움이 되었는지 녀석의 표정은 여전히 슬펐지만,빠르게 뛰던 심장소리는 더이상 크게 들려오지 않았다.

언제나 할말이 있는듯했지만 굳게 다물려있던 입술이 소리없이 움직였다.

"-----클락!!!"

 

번쩍하고 정신이 들었다.

고개를 들자 로이스가 활당하다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자신을 내려다 보고 있었다.

"아-. 안녕 로이스"

"안녕, 로이스--?"

그말에 그녀의 표정이 기가차다는듯이 구겨졌다.

"내가 몇번이나 불렀는줄 알아요? 지금 쓰고있는 기사 언제까지인지 잊진 않았겠죠?"

"음...오늘....이잖아요?"

답문이 그나마 마음에 들었는지 싱긋 웃던 그녀의 입꼬리가 비틀린듯이 보인것은 안경의 착각일것이다.

"잘 알고있네요. 그럼 그게 이제 제출할 기사인가요? 클락?"

그녀의 손가락을 따라 시선을 옮기자 'rrrrrrrrrrrrrrrrrrrrrrrrrrrr.......'이라는 글자가 화면을 가득 채우고 있는것이 보인다.

......착각이 아니었다.

"아, 음.........아뇨"

멋쩍게 글자를 지우고 있자 그녀가 한숨을 내쉬며 자리로 돌아갔다.

아무래도 배트맨과는 조만간 대화를 해봐야 할 필요가 있는것 같다.

 

 

 

몇날 며칠을 고생한게 빛을 발하는지 잡힐듯 말듯하던 놈의 꼬리가 드디어 잡혔다.

오래된듯한 모래시계가 어느 조직으로부터 밀수입 된다는 정보를 듣고 잠복해 현장을 덮쳤고, 그런 이유로 모래시계는 이제 배트맨의 눈 앞에 조용히 자리잡게 되었다. 이제 모래시계를 뒤집어 타임트래퍼에게 원래대로 돌려놓으라 명령만 하면 된다. 아주 간단한 일인데......고민하는 자신에 신경질을 내며 손가락으로 탁자를 작게 두드렸다.

"브루스 도련님. 데일리플레닛의 기자분이 위에 와 계십니다"

깜짝놀랬다. 요즘 생각에 빠져 주변인의 기척을 눈치채지 못할때가 종종있다.

어느새 내려왔는지 알프레드가 조용히 내려다보고 있었다.

"아..... 이런. 잊고있었어요. 그 여성분께 잠시만 기다려달라고 전해주겠어요? 알프레드"

"그렇게 전해드리지요. 그런데 그분이 여성처럼 보이셨다면, 오늘부터 컴퓨터 근처엔 얼씬도 하지 않으셔야 될듯합니다"

의아해하며 돌아보자 알프레드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클락 켄트씨라고 하시더군요"

탁자를 두드리던 손가락이 멈췄다.

 

브루스는 자신의 앞에서 수첩을 뒤적이며 열심히 질문을 하고있는 남자를 조용히 바라보았다.

"그러니까 지금 세간에서 언급되고있는 사업에 대해서는 아직 확실해진게 없다는 얘기시죠?"

"그렇죠. 확실해 진다면 그 건에 대해선 가장먼저 알려드리지요"

백치를 흘리듯 웃으며 대답하자 그의 얼굴이 미세하게 일그러진다.

"그나저나 저는 오늘 아름다운 여성분과 취재하기로 되어있던것 같은데요"

일부러 과장되게 쇼파에 등을 기대며 다리를 꼬았다.

"로이스는 갑자기 급한 일이생겨...."

"핑계도 좋군. 여기까진 무슨일이지. 할말이 있다면 빨리하고 돌아가주면 좋겠는데"

길게 들어줄 생각이 없어 가면을 집어던지고 본론으로 들어가자 클락역시 수첩을 덮고 눈을 마주쳐왔다.

"할말은 나보다 네쪽이 더 많은것 같은데"

"무슨근거로 그런말을 하는거지"

그의 의중을 파악하기위해 살짝 이야기를 피하자 그가 신경질난다는 듯 노려봐왔다.

"리그활동을 할때마다 나를 보고있던걸 내가 모를거라 생각하진 않았겠지. 방금 전까지도 그랬으니"

역시나 눈치채고 있었던것 같다. 언젠간 이런상황이 올거라고 생각했지만, 생각보다 빨랐다.

"그거에 대한거라면 할말이 없군. 전략에 무능한 네 탓이라고 생각하는 편이 좋을것....윽!"

쇼파채로 바닥으로 밀쳐졌다. 무식한 슈퍼파워같으니!

"피하지 말고 똑바로 말해! 네놈의 그런 태도가 짜증이 난다는거야!"

과거의 연인과 같은 눈이 붉게 일렁렸다. 같은 눈이었지만, 그 눈에 담긴 온도가 너무나도 달랐다.

같은 모습이었지만 자신이 알던 따스한 그는 아니었다.

그는 확실하게... 자신이 알던 슈퍼맨이 아니었다.

소용돌이치던 수많은 감정들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말해봤자 무슨소용이지? 어차피 허상에 불과한것을..."

"뭐?"

두리뭉실한 대답이 이해가 가지 않는지, 멱살을 잡은채 내려다보고 있는 그를 밀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취재가 끝나셨으면 이만 돌아가 주시면 좋겠군요. 켄트씨"

등뒤로 느껴지는 그의 시선은 옷을 정리한 뒤 방을 나설때까지 떨어지지 않았다.

 

 

방을 나서자마자 케이브로 내려와 모래시계를 찾았다.

한시라도 빨리 자신의 연인이 보고싶었다. 똑똑하고 당당했던 다이애나가 보고싶었다. 수많은 전장을 같이 헤쳐나왔던 동료들이 보고싶었다. 지금까지 자신이 왜 이 세계가 과거의 리그와 별반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는지 모르겠다.

쓸데없는 감상에 젖었던 자신에 한심해하며 버튼을 누르자 바닥으로부터 모래시계가 천천히 올라왔다.

돌아가면 자신의 연인에게 잘 돌아왔다며 꽉 끌어안아 줄것이다. 그럼 그는 어리둥절해 하면서도 웃으며 마주 안아와주겠지. 

그의 따뜻한 웃음이 떠올라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그게 지금까지 그렇게 필사적으로 찾던 물건인가?"

모래시계로 뻗던 손을 멈추고 매섭게 뒤를 돌아보았다.

"생각보다 평범해보이는군"

어느새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그가 배트맨의 앞에 있었을 모래시계를 들고 이리저리 살펴보고 있었다.

"무슨짓이지"

한껏 노려보며 으르렁거리자 그가 모래시계를 손에 쥐고 마주 노려봐왔다.

"이야기를 마저 끝냈으면 하는데"

웃음이 나왔다. 슈퍼맨이 배트맨을 상대로 협박을 하고 있었다. 심지어 그것이 생각보다 잘 먹혔다는게 웃겨서 참을수가 없었다.

"듣고싶은 말이 뭐지"

"허상일 뿐이라는게 무슨뜻이야"

"네가 들어봤자 아무필요 없을말이야"

"그건 내가 판단해. 말해"

"..."

입을 다문채 노려보자 모래시계를 든 손에 살짝 힘을준다. 그정도로도 '틱'하며 작게 갈라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작게 한숨을 내쉬며 굳게 닫혀있던 입을 열었다. 그와 나의 관계를 제외한 타임트래퍼와 루터의 침범과 폭주, 그리고 세계의 뒤틀림 그 모두를 설명해주고 나자 오히려 더 이해할수 없다는 표정을 지어왔다.

쓸데없이 체력을 낭비한 기분이다.

"이제 다 설명해 줬으니 돌려주시지"

줄곧 멍하니 있던 그가 눈을 마주쳐왔다.

"네 말은 믿을수가 없군. 하지만 정말 그게 사실이라해도 나는 이걸 돌려줄수 없어"

그의 대답은 예상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네 세상을 부정당한게 분한가"

"당연하지. 나는 이곳에서 살아왔고 나의 삶에 자부심을 느끼며 이곳을 지켜왔어. 그런데 순식간에 나의 모든 삶이 가짜였다고 하는데 좋아할 사람이 누가있지? 다른 히어로들도 마찬가지로 자신의 일에 만족하며 리그를 운영해가고 있어. 네말에 따르면 이곳에서 다른건 너 하나야. 그렇다면 오히려 네쪽이 가짜이지 않겠어?"

"내가 가짜라고?"

"그래. 난 네가 우리의 세상을 부숴트리도록 둘 생각이 전혀없어"

"이건 단지 원래대로 돌려놓는거다"

"돌아간다면 지금의 나는 사라지겠지. 그렇담 그게 부숴버리는것과 다를게 뭐지?"

그의 말이 맞았다. 그의 말대로 이대로 시간을 돌리게되면, 지금의 그를 인정하지 않고 부숴버리는 것이 될것이었다. 하지만 그렇다면 예전의 클락, 그 역시 부숴져버린게 된다. 조금만, 아주 조금만 이기적이기로 했다.

"가짜는.... 진짜가 될수 없어"

말이 끝나기 무섭게 슈퍼맨을 향해 극초음파를 날렸다.

갑작스런 공격에 주춤한 그의 손에서 모래시계가 떨어지는걸 재빨리 낚아챘다.

당한걸 깨달은 그가 극초음파를 밟아 뭉개뜨리고, 빠르게 날아왔다. 그의 힘에 의해 어깨가 동굴벽에 강하게 부딛혔다.

"크윽!"

"나는 진짜야!!!"

그의 눈이 금방이라도 히트비전을 쏠것처럼 붉게 타올랐다. 그의 붉은 눈을 마주보며 손에들린 모래시계를 뒤집었다. 

"네가 아무리 발악해도 내게 넌 가짜다"

마주본 그의 얼굴이 울것만 같이 일그러졌다.

"그렇다면... 이걸 부숴버리면 되겠지"

그가 모래시계를 잡은 손을 위에서 덮듯 강하게 쥐어왔다. 오른손에 느껴지는 극심한 통증에 이빨을 꽉 물었다.

슈퍼맨의 힘에의해 모래시계가 쩌적쩌적하고 갈라져갔다.

"큭...안돼. 그만둬!!"

"다시는 날 가짜라고 부를수 없도록 해주지!!"

"안돼!!!!"

손이 으스러지는 소리와 함께 슈퍼맨과 배트맨의 손안에서 모래시계가 처참하게 부숴져 내렸다.

"크하으윽!!"

모래시계가 부숴짐과함께 바닥에 주저앉았다.

"이제 더이상 나를 가짜라고 부르지 못할거다"

그는 붉은망토를 휘날리며 빠르게 시야에서 사라졌다.

부숴져버린 모래시계의 조각이 감각없는 오른손에서 반짝이며 빛났다. 그리고 따스했던 햇살은 배트맨의 손안에서 그렇게 사라졌다.

어두운 동굴에 들던 작은 햇살은 이제 더이상 없다.

".....클락................!"

소리없는 흐느낌과 으스러진 손을타고 바닥으로 떨어져내리는 피의 일정한 소리가 동굴을 가득채워갔다.

알프레드가 도련님께 드릴 쿠키를 가지고 동굴로 내려왔을때까지, 그가 놀라 창백해진 자신의 주인을 일으켜 세울때까지, 브루스는 그렇게 주저앉아 있었다.

 

 

 

 

-------

머리속으로부터 캐릭터가 붕괴되어가는 소리가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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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뱃

2014. 8. 2.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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